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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련 일 기  修 鍊 日 記 / 2022

 

나는 두 가지의 수련을 하고 있다. 하나는 먹 드로잉이고 또 하나는 무도 수련이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먹 드로잉은 생과 사가 본질인 무도정신과 매우 닮아 있다. 일필휘지의 먹 드로잉과 일도양단의 무도 수련. 둘 다 머뭇거리면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순간 집중의 감각과 추상적인 움직임으로 심상을 표현하려는 연습이다. 매번 반복하는 동작이지만 매번 다른 의미라는 것을 깨닫고자 하는 공부다. 마음은 고요하게, 행동은 진중하게. 일상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유일하고 중요한 명상의 시간. 이 두 수련은 자타를 이해하기 위한 끝을 알 수 없는 연구법이다.

 

작업은 매번 불현듯 시작된다. 필요한 건 종이와 먹, 붓이 전부. 머릿속에 맴도는 심상이 행여나 없어질까 준비가 되자마자 먹을 찍어 획을 긋는다. 흠뻑 묻혀 댄 먹은 이리저리 튀고 흐르고 번져 알아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지나간 획은 그걸로 끝이다. 만약 다시 그리거나 수정하면 욕심부린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단번의 기회인지라 그림을 완성시키는 시간은 수분안에 이루어진다. 그리해야 먹의 흐름을 살려 의도를 심을 수 있고 자연스러운 운명의 조각이 맞춰진다. 마치 행위예술이라도 하듯 온몸을 화폭에 움직여가며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무도 수련의 움직임에서부터 영감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파괴가 아닌 상생을 중시하는 철학의 무도수련을 하면서 상대(인간)를 면밀히 관찰하게 되었고 타인을 이해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를 통해 통상적인 무도 수련에서 요구하는 강인함과 무적이라는 개념을 넘어 조화와 균형이라는 거대한 과제가 생겼고, 작업에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수련을 통해 얻고 있는 이러한 깨달음은 무엇보다 탄탄하고 무겁지만 유연한 어떤 심상이다.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것으로부터의 경이로움. 그런 느낌을 먹 드로잉으로 옮기는 것이다.

무도를 통해 작업에 질문을 던지고 드로잉을 반복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든다. 내가 그려내는, 혹은 그려지는 것들이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참 애매하다. 풍경인지 사물인지, 문자인지 심볼인지 의도한 것은 아니다. 확실한 건 내가 무도 수련을 통해 느낀 어떤 능동적이고 거대한 에너지를 화폭에 옮기려고 한다는 점이다. 작업은 나의 조그마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적는 일기장의 역할과도 같다. 그 깨달음의 조각들을 꾸준히 채우는 것이 내가 계속해서 해야 할 일이다.

I am doing two exercises. One is ink drawing and the other is martial arts training. The ink drawing, which does not allow failure, is very similar to the martial arts spirit in which life and death are essential. One stroke of ink drawing and one-sword martial arts training.If you hesitate on both sides, you won't get a good picture. It is a practice to express mental images with a sense of instantaneous concentration and abstract movement. It's an action that repeats every time, but it's a study that tries to realize that it has a different meaning every time. Be quiet in your heart and be careful in your actions. The only important meditation time given to me in my daily life. These two training methods are endless research methods to understand themselves and others.



The work starts suddenly every time. All you need is paper, ink, and a brush. As soon as the mental image that goes around in your head disappears or is ready, you put ink on it and draw a line. Drenched ink splashes everywhere and oozes to create something. That's the end of the line. If you redraw or modify it, you will be able to express your greed. It's a one-time opportunity, so you can finish a picture in a few minutes. Only then can the flow of ink be used to instill intentions, and the sculptures of natural destiny are combined. The work is carried out by moving the whole body to the canvas as if it were an act of art. This process is possible because it was inspired by the movements of martial arts training.



While practicing the martial arts of philosophy that values symbiosis, not destruction, he began to closely observe the other person (human being) and learned how to look into himself while understanding others. Through this, a huge task of harmony and balance was created beyond the concept of strength and invincibility required by ordinary martial arts training, and changes began in the work. This enlightenment gained through training is above all a solid, heavy, but flexible mental image. marvels from abstract and sensual things.It's like this, and it's like drawing ink.



Through martial arts, they ask questions about their work and create time to think while drawing repeatedly. It's really ambiguous to explain what I draw or what I draw. It is not intended whether it is a landscape or a thing, a letter or a symbol. What is certain is that I am trying to transfer a certain active and huge energy that I felt through martial arts training to the canvas. Work seems to be the role of a diary that I write to remember my little enlightenment. Steady fulfillment of that fragment of enlightenment is what I must continue to do.

 

 

 

SEEKER - 구도자  / 2021

 

‘인간의 불완전함’ 이라는 주제는 예전부터 집중해온 작업의 중심 개념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드로잉 작업인 ‘잘못된 힘’ 이라는 서사가 2016년 출판으로 한 단락 정리가 되었고, 이후 전개중인 현 드로잉 작업이 ‘구도자’ 시리즈다. 다소 거친 묘사로 설명적인 표현을 했던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정적인 구도와 우연의 먹 번짐 효과를 연구하여 정착하는 과정에 있다. 복잡한 생각이 점점 정리되어가듯 필요 없는 면과 선을 깎아내는 듯한 표현법이 화폭에 담기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2017년부터 시작한 무도수련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전까지는 무(武)를 인간이 첨예하게 갈고 닦아낸 폭력적 장치라는 관점으로 작업에 차용했다. 강함을 추구한 인간이 통제되지 않는 욕망덩어리로 변질되는, 소위 잘못된 방향으로 진화된 형태를 상상하는 연출을 해왔다. 그런데 지금 수련중인 무도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자신을 이겨낼 것을 강조하고 있어 작업 세계관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기존의 화풍이 인간의 내재된 폭력성을 직설적으로 비판하여 표출한 다소 자극적인 형태였다면, 현재는 참 자아에 대한 고찰이 중심이 되어 미지의 장소를 부유하는 어떤 존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매일수련을 실천하기 위해 도장으로 나서는 습관이 매일 작업하는 것과 동일선상에 있는 행동이라 느껴졌고 이런 무의식과 의식이 교차한 시간이 일종의 명상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명상이라고 하면 한자리에 올바른 자세로 부동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내가 하는 명상은 몸을 통해 구도(求道)의 마음을 갖는 반복의 움직임이다. 동중정(動中靜). 즉 역동적인 움직임 속에도 고요의 순간이 있으며 감각을 가다듬고 집중을 하면 진정으로 자신과 맞닥뜨리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이러한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얗던 머릿속에 어떤 심상이 떠오른다. 그 이미지를 화폭으로 옮기는 구도자 시리즈 작업을 한지 어느새 5년째, 수 백장의 드로잉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다.

작업은 거침없이 흩뿌려지는 먹과 그것을 퍼트리고 증발하는 물에 의해 단숨에 배경이 완성된다. 마치 무도수련에서 벌어지는 단번의 기술과 다시 돌이키지 않는 깔끔함처럼. 그 시간과 운명이 만들어낸 우연의 풍경엔 언제나 한 방랑자가 서있을 곳이 자연스레 연상되어 그려진다. 수련으로 심상을 이끌어내고 거기에 서있을 어떤 존재를 상상하는 것이다.

완전함을 갈구하는 불완전한 존재. 그는 언제나 나 자신일 것이다.

The theme of "human imperfection" is a central concept of work that has long been focused on. The epic "Wrong Power," a drawing work that began in 2012, was organized into publication in 2016, and the current drawing work that has been developing since then is the "SEEKER" series. Unlike in the past, when descriptive expressions were made with rough descriptions, it is now in the process of studying static composition and accidental ink smudging effects. As complex thoughts are gradually being organized, the canvas contains expressions that seem to cut unnecessary aspects and lines. The beginning of this change coincided with the training of martial arts, which began in 2017.

Previously, martial arts were borrowed from the perspective of violent devices sharply polished by humans. It has been directed to imagine a so-called evolved form in the wrong direction, in which a man who pursues strength turns into an uncontrolled lump of desire. Martial arts in training now have become a turning point in the world of work as they emphasize consideration for their opponents and how to overcome themselves. If the existing style of painting was a rather provocative form of direct criticism of human inherent violence, it now depicts a figure of being rich in an unknown place, centered on the consideration of the self.

I felt that the habit of going to the gym to practice training every day was the same behavior as working every day, and I thought that the time when this unconsciousness and consciousness intersected was like a kind of meditation. In general, meditation requires immovable concentration in one place, but meditation I do is a repetitive movement that has a mind of composition through the body.

'Dong-Joong-Jung'. In other words, there is a moment of calm even in dynamic movements, and when you get your senses together and concentrate, you will truly encounter yourself. After this thoughtless time, a white image comes to mind. Hundreds of drawings have been piling up one by one for five years since I worked on the SEEKER series, which translates the image into a canvas.

The work is done in a single stroke by the relentless scattering of ink and the water that spreads and evaporates. Like a single skill in training and a never-returning cleanliness. The time and the accidental scenery created by fate are naturally reminiscent of where a wanderer will always stand. It is to imagine something that will bring out the image and stand there by training.

An imperfect being who craves perfection; he will always be myself.

 

 

 

BLACK SPRING - 존재 B / 2018

 

스티븐 킹의 소설이자 영화로 알려진 작품 ‘미스트’ 에 등장하는 요소인 ‘블랙스프링’ 은 갑자기 일어난 자연이상현상을 뜻하는 극중 사건으로, 인간에게 경외심을 유발하는 장치로 쓰인다. 기이한 자연현상이 인간에게 내리는 벌이나 의식 같은 것을 상징하는 블랙스프링 시리즈는 전작인 유토피아 프로젝트의 연장선이 되는 작업이다. ‘유토피아’ 에서는 힘을 쟁취한 인간의 욕망이 붕괴되는 과정을 가상의 사이비단체에 빗대어 표현했고, ‘블랙스프링’ 은 수행자인 존재 A 로부터 능력을 가늠할 수 없는 존재 B 가 탄생되는 스토리를 전개한다.

 

작업에 등장하는 존재 A 는 유토피아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여기에서는 수행자의 모습을 하고 어딘가를 정처없이 유영하면서 존재 B 를 창조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유토피아 시나리오의 결말에서 힘으로 번영한 조직이 힘으로 무너졌으나 여전히 욕망을 지닌 존재 A의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이야기가 맺어졌다. 이후 자신을 대체할 만한 대상은 인간을 넘어선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수련을 통해 얻게 된 존재를 다듬어 훈육시키는 내용이 블랙스프링 시리즈다. 존재 B 는 거대한 구(球)의 형상이며 스스로 이동하고 자각하는 물질이자 비물질이다.

In Stephen King's novel, "Black Spring," an element of the movie "Mist," is a case in a play that represents a sudden and unusual phenomenon and is used as a device to induce respect for humans. The Black Spring series, which symbolizes the unusual natural phenomena of humans, is an extension of the previous movie's "Utopia Project." In "Utopia," the process of the collapse of the human desire to win power is described in a way similar to a virtual fake organization, and "Black Spring" develops a story in which there is no ability to measure the ability.

The existence A in the work is the main character of the Utopia series, and here it appears as a person who creates the existence B by swimming in the form of a trainee without compassion. At the end of the Utopia scenario, the powerful and prosperous organization collapsed, but the story was concluded with a deep smile of a covetous person A. After that, the Black Spring series shows that the object that should be replaced by itself must be beyond human beings and fosters the existence that has been acquired through training. Existing B is a shape of a huge sphere, and is a substance which moves and becomes aware of by itself, and is non-material.

UTOPIA - HUMAN ERROR / 2016
 

현세를 구축해온 권력에는 필시 어둠의 행태가 존재한다. 힘을 향한 욕망의 폭력성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지닌 이면이라고 본다. 좀처럼 간파하기 힘든 위장과 공작이 판치는 시대적 유감에 통감하며 거대 시스템을 쥐락펴락하는, 실제로 있을지도 모를 조종세력에 대해 상상해본다. 그것이 지닌 신적인 능력 앞에 무자비한 불법행위마저 용인되는 것이 더는 가상의 시나리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만은 아니다. 유토피아 프로젝트는 허구로 만들어낸 사이비 단체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목표는 ‘힘’이며,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만약 자신에게 ‘힘’이 주어진다면 과연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을까?

너무도 큰 권력이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수많은 사건이 허무하게 묻혀버린다. 어떤 인간들은 강해지는 것에 집착하지만, 거기엔 반드시 치명적인 실수가 따른다. 그들은 자신만의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된 속임수를 쓰고 있다.

 

There always exist dark sides in power which has constructed this world. Every human has hidden side of violence of desire toward power. Deeply realizing this regrettable age where ungraspable disguises and cover-ups prevail, I imagine a possible force which controls the giant system. Under its deific authority, even ruthless illegal acts are accepted. It’s no more a hypothetical case but it happens in reality.

Utopia project is a narrative about a fictitious pseudo party. Power is their sole goal and they use every conceivable means for it.

What if you have power, will you indeed control it well?

Such great power is misused without prudence and numerous incidents are concealed in vain. Some people are obsessed with increasing in power, but there is always fatal error that follows. They fudge in all details with thorough programs to build their own utopia.

 

 

 

 

 

CHEAT  CODE  PROJECT / 2010

 

" 치트키(Cheat Key) 또는 치트 코드(Cheat Code)란 비디오 게임 진행 중에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할 때 일종의 속임수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사용법은 주로 특정한 조작을 하거나 특정한 문단을 입력해 사용된다. 대부분의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서는 치트키가 내장되어 있으며 무적이 되거나 진행 중인 해당 단계를 클리어해준다거나 특정한 아이템을 획득한다거나 숨겨진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안정시키고 힘을 주는 무언가를 마음 한곳에 위치시키곤 한다. 그것이 물리적이든 영적이든 사회적 동물이 지닌 불안과 정신적 피폐에서 벗어날 해방구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각자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맞는 '치유' 법을 찾지만, 선택에 따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오류가 따를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인간이 지닌 '이상함'에 대한 발견으로부터 시작된 본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현재진행 중이다. 치트코드란 결국 자신이 바라는 유토피아에 도달키 위한 개인적 사심에 기반한 반칙이며 삶에서 수행하는 희망적 행위에 수반되는 보이지 않는 투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길 바라므로 실은 이미 자기만의 치트코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나는 단지 그것의 오류와 이면에 대해 상상할 뿐이다.

 

 

 

“Cheat Keys, or Cheat codes, are used in video games when players advance their position during game play by manipulating the normal set of rules. These ‘tricks’ are usually in the form of non-standard control keys or typing in a specific phrase. Most single player games have some sort of hidden cheat keys where a player can become invincible; clear an entire stage; gain a valuable item; or use a secret set of skills.”

 

Any human being holds a ‘cheat code’ that offers mental tranquility, a source of power at any given time. This escape, whether physical or spiritual, is necessary for the anxiety and mental strain we often come across as social animals. As such, we instinctively search for the tailored method of ‘healing,’ only to realize that there exists an inescapable error. With a long-term goal in mind, this ongoing project started as I noticed this ‘oddness’ in human nature. These ‘cheat codes’ are mere acts of self-indulgence, a trickery committed as we all aim for our own utopian life style. It is an invisible battle that is concomitant to the wishful acts we commit in life. As humans we all aim for happiness, thus a ‘cheat code’ is already in effect. I just happen to fixate on the fallacy and covert nature of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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